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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취미

자작나무숲 김인숙

by 해리보쉬 2026.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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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유채색의 공포를 그려내는 앙스트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김인숙의 장편소설 『자작나무 숲』이 출간되었다. ‘소설 장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작가는 쓰레기를 모으는 할머니와 그 집의 상속자인 손녀의 애증 관계를 통해, 여성의 시간과 서사가 축적된 공간 ‘산1번지’를 거대한 서사의 숲으로 펼쳐 보인다.

쓰레기집이자 귀신 들린 집으로 불리는 ‘그 집’에서 발견되는 것은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뼈와 비밀, 그리고 결코 폐기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확장되며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바뀐 시점은, 집을 둘러싼 방대한 시간과 여성들의 삶을 호출하고 전형적인 여성 서사로의 환원을 거부한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리되 범인 찾기를 비껴가며, 무엇이 침묵되고 무엇이 희생되는가라는 질문에 도달한다. 상속이 의미하는 것과 대물림되는 이야기의 정체를 끝내 단일한 답으로 봉합하지 않으며, 여성 고딕 서사의 계보 위에 새로운 변주를 새긴 작품이다.

 
 

P. 10

할머니, 자작나무 숲이야.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죽은 사람은 대답할 수 없다. 죽은 할머니는 지금 내 차 안에 있고, 나는 그런 할머니를 버리러 가는 길이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죽은 사람은 과연 대답할 수 없는 것일까.

    • P. 23~24
    • 들것 위의 사람은…… 그러니까 그것은…… 사람이라 부를 수가 없는 무엇이었다. 사람은 사람인데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시체를 발굴하기 위해 땅을 팠는데 그 속에서 산 사람이 나왔다면, 아니 아직 덜 죽은 사람이 나왔다면 바로 그럴 것 같은……. 그러니까 그것은 살아 있는 유골이었다.
 
 

P. 111

“염소의 길이라고 아세요?”

형사의 얼굴이 어리둥절해졌다.

“집 안을 맘 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은 할머니밖에 없었어요. 할머니는 아무것도 안 건드리고, 아무것도 안 무너뜨리면서 돌아다녔어요. 그렇게 좁고 그렇게 위험한 길을, 꼬불꼬불, 그런 길을 아주 잘 돌아다녔어요. 그런 길을 염소의 길이라고 부른대요. 저는 염소가 아니었고요.”

 
 

산1번지. 이 오래된 집 마당에는 억울한 원혼이 묻혀 있고, 그 위로는 끔찍한 기억들이 촘촘히 쌓여 있다. 그 무엇도 버리지 못하는 노인. 그리하여 쓰레기가 가득 쌓인 삶. 그녀의 죽음을 절박하게 기다리는 손녀. 죽은 가족과 살아 있는 가족.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들은 왜 이렇게 살아가는 걸까? 왜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김인숙은 쓰레기 더미 사이에 숨겨진 비밀을 냉정하고 집요하게 파헤친다. 진실과 진심이 서서히 밝혀지고, 아슬아슬하게 쌓여 있던 이야기 파편들이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진다.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쓰레기의 진짜 정체도. 이 모든 것을 읽고 나니, 손발이 차갑게 식었다. 아직도 등골이 서늘하다. 자작자작, 숲이 속삭이는 듯하다. - 강화길 (소설가)

예전에는 공포물하면 단연코 영화인데요

요즘은 이런 소설이 더 좋습니다 살면서 만들어낸 수많은 공포를

작가의 글에서 제 이미지대로 만들어져 나온 그 공포

자신만의 진정한 공포가 소설에서는 가능합니다.

이 공포는 오컬트적이기라기보다는 삶의 무게에 가까운 공포

이제 곧 연휴의 시작인데 푹신한 소파에 쑤욱 들어가 읽는 이런 책한권이

공포도 자극하지만 역으로 삶의 여유도 자극합니다.

고요히 느껴보는 글의 즐거움

무엇인가를 배울려고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즐기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근래 읽은 공포소설 중 최고였냐고 하면 최상위층에 놓고 싶은 수준

알수없는 타국의 기괴한 공포가 아니라 한국의 공포물이라 더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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